감정은 시대를 따른다 – 감정사의 출발점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감정을 흔히 개인의 고유한 감각이나 본능으로 여깁니다.
“나는 원래 화가 많아.” “사랑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오는 거야.”
하지만 감정은 정말 그렇게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것일까요?
실은 감정도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경험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관점을 연구하는 분야가 **‘감정사(History of Emotions)’**입니다.
🕰️ 감정의 역사는 왜 중요한가?
감정사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 사람들은 항상 사랑을 지금처럼 느꼈을까?
- 슬픔과 눈물은 언제부터 표현 가능한 감정이 되었을까?
- 분노는 시대에 따라 미덕이 되거나 죄가 되기도 했을까?
🎯 감정사는 감정이 어떻게 규범화되고, 표현되며, 억압되었는가를 추적하는 역사적 탐구입니다.
📚 감정은 ‘구성된 문화’다
역사학자 윌리엄 레디(William Reddy)는 ‘감정 규정체’(emotives)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즉,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표현하면서 그 감정을 ‘실행’**합니다.
예:
“난 지금 슬퍼.” → 이 말은 슬픔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슬픔을 ‘형성’하는 행위
이처럼 감정은 단지 내면에서 느끼는 무엇이 아니라,
사회적 언어와 규범을 통해 조정되고 연출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 감정은 시대별로 ‘다르게 살았다’
고대 그리스 | 분노는 시민적 미덕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 |
중세 유럽 | 감정은 신의 뜻에 순응해야 하는 대상 (슬픔은 죄가 되기도) |
근대 이후 | 감정은 내면의 진정성 강조, 낭만주의와 연결 |
현대 사회 | 감정은 심리적 자기 표현이자 소비 대상 (SNS, 감정노동 등) |
🧭 감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권력, 종교, 윤리, 정치, 경제 조건에 따라 달리 정의됩니다.
감정은 권력과 질서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 분노: 중세에는 억제해야 할 죄, 르네상스에는 용기, 현대에는 사회운동의 도구
- 슬픔: 19세기 여성에게 허용된 감정, 남성에게는 약점
- 공포: 정치적 통제 수단 (예: 전쟁, 팬데믹, 혐오 선동)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결국 사회가 무엇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가를 말해줍니다.
맺음말: 감정을 의심하는 것이 이해의 시작
감정은 언제나 진실한 것 같지만,
그 진실조차도 사회가 규정한 틀 안에서 ‘허용된 감정’일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감정이라는 내면의 문제를,
시대와 제도, 언어와 규범의 외부 조건 속에서 읽어내는 여정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사랑의 탄생 – 낭만과 제도 사이의 감정”**을 통해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겨온 ‘사랑’이라는 감정의 역사를 따라가봅니다.
참고문헌 및 자료
- William Reddy, 《The Navigation of Feeling》
- Barbara Rosenwein, 《Emotional Communities in the Early Middle Ages》
- Peter N. Stearns, 《History of Emotions》
- 정진홍, 《감정의 문화사》
- EBS 인문학 특강 <감정의 역사>
감정의 역사 – 시대가 만든 감정들(2부)-사랑의 탄생
감정의 역사 – 시대가 만든 감정들(2부)-사랑의 탄생
사랑의 탄생 – 낭만과 제도 사이의 감정사랑은 항상 지금 같았을까?오늘날 우리는 사랑을 감정 중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것'이라 여깁니다.하지만 ‘낭만적 사랑’, ‘운명적 사랑
dove-report.tistory.com
'흥미로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정의 역사 – 시대가 만든 감정들(3부)-분노의 윤리 (1) | 2025.05.29 |
---|---|
감정의 역사 – 시대가 만든 감정들(2부)-사랑의 탄생 (0) | 2025.05.29 |
상상의 동물들 – 괴물이 된 상상력(7부)-괴물은 인간이다 (0) | 2025.05.29 |
상상의 동물들 – 괴물이 된 상상력(6부)-현대 콘텐츠 속 괴물 (3) | 2025.05.29 |
상상의 동물들 – 괴물이 된 상상력(5부)-근대의 괴물들 (1) | 2025.05.29 |